2013년 12월 16일 월요일

갈치의 직유

갈치처럼
은빛 비늘 반짝이며
세상의 모든 사내들
바다 깊은 곳으로 걸어간다
한 걸음에 하나씩
왼쪽 오른쪽
위 아래 주머니를 비우며
제일 높은 산동네
십, 오층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가다가 혹은 지쳐 쓰러져
관으로 변하기도 하고
혹은 길 찾지 못하여
그대로 벽이 되기도 하고
혹은 창문으로 뛰어 내리다가
낚시바늘에 꿰인 먹이를
덥썩 물었으니
처자식 두고 갈 일만 남았다
물밖으로 고개 쳐들 일만 남았다
오, 저 눈부시게 빛나는
비단옷 입은
갈치 볼 일만 남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밧줄과
요동치는 몸의
비명 소리를 들어보시라
다음 날
배에서 내려
밥상에 오른 갈치를 먹다가
가시 발라낸 살속에 웅크리고 있는
굵은 뼈 하나 보았다
내몸 어딘가에서
산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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