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4일 월요일

그대 있음에

해를 넘기지 말아달라고
기다리는 내 캔버스들
새 하얗게 질려
못다 바른 얼굴로
12월의 마지막 밤에
초조하게 나를 기다리는데
만져주지 못한 잡동사니들
여기저기 널부러져
물감 뒤집어 쓴 바닥은
아무렇게나 지쳐 쓰러지고
벽에 기댄 발가벗은 누드는
요염한 눈빛으로 섹시하다
끝도 한도 없는 나의 작업세계가
밤 하늘의 별처럼 많은데
밤의 요정이 뿌려준
별 빛 가루는 찬란하다
화실 뜨락에
살포시 내려 앉은 보석들은
아름다운 색채를 띠고
캔버스 위에 발하고
아직 입지 못한 옷은
시나브로 가달라고
아까부터 작업들과
별들은 줄다리기다
그대가 보내 준 고독은 저 혼자
고독해서 몸부림 치는데
작업은 초조한 몰골로 초췌하다
참으로 외롭고 고독한 은둔에서
그대 있음에
외로움 달래며 견딜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다.
밤 하늘의 별처럼
빛이 되어 주는
그대 있음에
행복한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