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6일 수요일

너의 침묵

너의 침묵 / 정유찬

안타까운 내 마음 알면서
모른 척하는 너는 참 나쁘다
슬프다거나 미안하다는 말도 없다
아지랑이 같은 침묵뿐이다

사실은 내가 더 나쁘다
너의 마음이 빈 우물로 말라버릴 때까지
지난 일이라고 이미 아문 쓰라림이라고
하얀 눈처럼 덮어버렸다

나의 아픔 이전에 너의 상처 따위
황무지에 떠도는 먼지처럼
하찮고 우습게 알았다
이런 내가 참 미웠다

그래, 너의 침묵으로 드러난
내 허물이 밉다
미워서 나도 입을 다문다
두 눈을 꾹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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