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은
속절없는 시간만은 아닙니다
우리네 추억까지도
빛바랜 사진처럼 퇴색되어 갑니다
기억되는 모든 것들이
깊은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나면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말하듯
당신을 기억하는 내 아픔들이
하나, 둘씩 무뎌지면
세월이 흐른 탓이라 그리 말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잊혀져가는 당신을 위해
소리없는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더 많은 세월이 흘러
그대의 기억들이
더는 기억나지 않는 그날이 오면
한 모금의 미소를 띄워 줄 것입니다
내게도 오래전
가슴 시린 사랑 하나 있었노라고.
그러나 진정 내게도 그런 날이 올까요
당신을 기억해내지 못하여
그저 서글픈 사랑 하나 있었노라고
그렇게 웃어줄 날이 올까요
아직도 내게는
그대의 작은 기억들까지도
어제처럼 또렷하게 살아 있는데…….
ㅡ 내게도 그런 날이 올까요 /풍향 서태우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