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4일 목요일

귀향 - 2 -

고향 가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으르렁거리는 도시의 철도를 도망하는
숨어든 낮달 품에 안고
어머니 고쟁이 속 고추밭 도둑 맞던 날
동승한 새벽 어둠을 뒤따라
고단한 서울 살이 처마 밑을 기어들던 기차칸
스물너댓 해 겹겹이 껴안은 그리움의 여장을 푼다.

닮은 사람들이 눈으로 눈으로 나누는 인사
가까이 가까이로 개울물 소리 흘러 들고
저무는 보랏빛 강을 건너
뒤꼍 대나무 밭을 흔드는 바람소리
어머니는 노을 등에 지고 고추밭 길을 걸으신다.
´어머니 내가 왔수.
´어머니 내가 왔수.

역마다 기차는 보따리를 내린다.
귀에 익은 목소리 가까워질수록
고향 길을 더듬는 기적소리
철길 뜨겁게 달구며 달려들면
어머니 무명저고리 고름 서걱서걱
언 손 부비며 나와 섯는 동구엔
가슴 살 에이고 나선 달이 먼저 중천에 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