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7일 일요일

폭풍의 눈.2

아버지는 항상 감긴 듯한 눈으로 바다 건너
침묵으로 일어서는 새벽을 아우르고 있었다
작은 갈퀴 세우며 일어서는 물살들은
누운 생선들을 떠밀리고 수초들을 데불어와
가난한 어민들을 넉넉한 잔치에 초대했다
떼밀려온 생선의 눈에도 햇살은 떠오르고
수우우 수우우 밀려오는 하룻밤의 휴식에
아버지는 나즈막히 긴 한숨 내 쉬었다
어둠 밝힌 바다속 희미한 등댓불 응시하며
장독대 숯돌에 간 칼날로 푸드득이는
생선 다듬어 싱싱한 아침상을 차리면
부숴진 몇 채의 어선들 아침 햇살에 졸고
꺼벅머리 사내들 밤새 몸살 앓은 바다 향해
알몸으로 치달으며 허연 웃음 일으킬 때
폭풍은 햇살에 감긴 눈으로 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