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벗고
감춰좋은 발을 들이밀자
날카롭게 다듬은 톱날이 드러났다
수풀 속에 움츠리고
광기로 번뜩이는 것이
빗살무늬의 호랑이가 아닌가
사나운 저 발길에 한 번 채이면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살점이 뜯겨나간다고 하는데
눈 찍어둔 먹이를 쫓아가
숨 끊어질 때까지
급소를 물고 늘어지는
호랑이가 한반도에 나타났다
이제 늙고 병들은 짐승이
목숨 연명하겠다고
만주로 시베리아로 도망다니다가
민가에까지 내려와
유령처럼 귀신처럼 돌아다니며
불안과 공포의 세상 만드는데
저 맹수 잡는데는
전설의 사냥군 김포수가 제격이라
내 아버지가 총을 들었다
오늘 우리집 뒷산에 호랑이 나타났다
찾아 헤매다 기필코 맞닥뜨렸으니
총알 한 방에
정수리 맞추어 쓰러뜨리지 못하면
내가 오히려 당한다고
호랑이 머리를 겨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