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스모그
시로코*마냥 스모그가 한강을 접수하잖아
모습을 알 수 없는 응고된 고통일거야
한 차례 빗줄기가 휘몰아치면
무거운 시간들이 수많은 세균을 증식시켜
바다로 가는 물줄기를 허옇게 드러내겠지
기억은 물질들의 복잡한 계산식일거야
기어이 붙잡고 마는 그림자는 흰 안대
아직도 세상을 더듬고 있는 나는 장애가 아니야
태양은 그림자만 남기고
자기가 해解라는 사실을 망각했어
밤에도 모습을 상실하지 않는 백야가 그리운가 봐
이참에 흑점들만 내 앞에 모아 두었지 뭐야
섭씨 6천도의 고통을 내던져 버리고는
태풍의 평온을 선택한거야
생명은 비려 그래도 바다로 가는 인연은 길이잖아
뱀장어의 숨통을 낚아챈 불법조업자는
갈대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뜨겁게 만들지
숨을 쉰다는 것은 태몽을 간직한 태동과 같지
그래서 스모그는 밤낮으로 하늘을 테두리로 감싸나 봐
청계산 매봉에서 보던 그 하늘의 언저리에
간지間紙로 자리잡은 착색된 거름종이
퐁당퐁당 발버둥질치는 개구리는 숨막히잖아
* 시로코 - 사막에 부는 열대바람
2012년 <문학청춘> 봄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