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쉽게 꺾어진다고
결코 외면하지 말아라
눈비에
굳세게 저항하지 않는다고
절대로 고개 돌리지 말아라
흔들리면서 살아온
어머니의 가는 허리 같다
키 낮추면서 살아온
아버지의 헤진 무릎 같다
무엇 때문인지
묻지 않아도 알리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뿌리채 뽑혀나갈
세월을 꿋꿋하게 견뎌냈으니
물 가까운 곳에 너희를 낳아
대를 이어
문패 하나 걸어놓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 아니냐
그러니 너희들
폭풍우에도 매달려 있어라
눈보라에도 굴복하지 말아라
살아 남아서
하늘을, 땅을, 이 가을을
흔들고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갈대가
어제의 어머니와 아버지였고
오늘의 나와 당신이고
내일의 우리 아이들이다
내 삶이 온전하게 들어있으니
부둥켜안고 살겠다고
갈대밭으로 한참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