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7일 수요일

대못

어제 빗방울 하나가
그제 눈송이 하나가
눈에, 입에 와 부딪히는 것이
세게 못 박는 소리다
당신에게 손발까지 박힌 채
한참을 잠들다 깨다
그렇게 천 년씩 지나갔다
덜컹 관이 들어올려지고
대못이 쑤욱 뽑혀져 나가고
문짝이 활짝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다
진흙 속에서 죽었다 살았다
또 그렇게 천 년씩 지나갔다
쾅쾅, 치는 소리가 들려
번쩍 눈을 뜨니
내몸의 벽에, 담벼락에
망치로 못을 박고 있었다
두 팔에 대못을 박아놓고
광목의 천을 걸어놓아
바람 불 때마다
또 천 년씩 펄럭이고 있었다
뜨거운 불길 한 번 지나간 뒤
나를 모루 위에 얹어놓고
쇠로 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다리를 뽀족하게 깍고
머리를 둥글납작하게 다듬어
당신의 마음에 박아넣을
대못 하나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