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7일 수요일

사랑했던 날들


그대는
태양 아래서도
두 눈을 꼭 감고
어둡다 했다
그대의 세상은
어둡기만 하다고
쓰러져 울부짖었다
그럴수록 내 사랑은
잔인하고 싶었다
그대의 어둠을
한낮에 끌고 나와
패대기치고 싶었다
여기 밝은 곳이 있다고
눈부시게 환한 세상이 있다며
고함치고 싶었다
거칠고 힘들지라도
그대의 그림자보다 짙은
어둠을 지우고자 했다
그대의 영혼 깊숙이 숨겨진
사랑의 불씨를
억지로라도 꺼내어 보여주고 싶었다
그로 인해 그대가
눈이 부시는 고통과
생소한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를 떨며 원망한다 할지라도
결국
그 가슴에서
사랑을 꺼내 보일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고픈
그런 날들이었다
이유가 없다
내가 그대를 사랑한 것과
그 사랑이 부담과 구속이 되어
서로 멀어지는 것에는
이유가 없었다
다만
그리하여
우리가 사랑했던 날들은
사랑한다는 이유로
냉정함마저 감당해야 했고
힘들고 괴롭기만 했다

그래도
그것도
사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