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닷가에 산다는
용왕 친견하러 가는 길에
구룡포 어부의
물고기를 본 적 있다
처음 맞이하는 외출처럼
生이라는 것에 부딪혀
온몸을 펄덕이고 싶었을 것이다
무덤에 드러누운 것이 아니라고
갑옷 같은 비늘까지 뽑아가며
뚝뚝, 피 흘리는
생생한 살을 보여 주고 있다
감옥에 갇히기 전에
비상하게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물고기가 물속에서는
물처럼 한없이 부드럽게 살았다고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탁탁, 바닥을 때리면서
결코 그대에게 굴복하지 않겠다고
몸을 뒤집으며
다시 한 번 뛰쳐 올라
푸른 세상으로 달려들고 있는
물고기를 닮은 내가
물살을 헤치며 걸어가고 있다
마지막 역이 곧 다가온다고
힘차게 뛰어 달려가면서
내 속의 그물을 던진 어부와
한 판 승부를 겨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