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4일 목요일

잎에 관한 한가지 생각

1
겨울 오후 6시
어둠이 검게 내려지고 주부들 발걸음 소리
찬 공기에 희석 될 시간

2
여름 오후 6시
입구 분주함, 출구 한가함
서로 대조 이루는 시장 거리
초가 처마처럼 땅끝에 내려진 파란 천막밑
상추, 깻잎, 마늘, 열무
한동안 살았던 텃밭 떠나와서도 서로 이웃하였네
누군가 손에 쥐 뜯겨진
저들 엉덩이의 검은 흔적

3
어디서 나서 자랐으며 어떻게 왔는지
원산지 모를 돼지
뭉툭한 다릿살 부터 뱃살. 목살
얇게 벗겨내어 푸른 상추위
정갈하게 눕겠지

4
어머니 손에 혹은 큰누이 손에 자라서
내가 떠나온 그 길 지나온
줄기 잃은 저 잎들은
이곳 장터 광주리에 흐물흐물 시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