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4일 목요일

산을 향해 창이 있는 방

내 집 뒷산은 나의 성처럼 솟아
날마다 내 창문을 지키고 있어
그 늠름한 품격에 나는 자주 매달린다.

비오는 날 안개 속에서도
내 창문을 붙들고 있는 불변의 심성에
산의 내면을 속속들이 바라본다.

나보다 먼저 깨어나 마을의
후원자처럼 버티고 서서
새들을 날리우고
꽃을 가득 피워 올리는 산

골짜기마다 야합의 불을 끄고
내 창문과 나와 화합을 위하여
산은 말없이 스스로 다가와
내 가슴에 버팀목 하나 심어 주었다.

날마다 내 모든 것들을 때로는
젖은 눈으로 지켜보지만 돌층계나
암벽같은 곳에서 일어나는
사사로운 일들은 언제나 침묵하였다.

그저 핏빛같은 철새들의 울음소리를
간헐적으로 내려 보내면서도
이렇듯 부질없는 울음소리는
지워버리거라
지워버리거라

만일
지울 수 없다면 나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라 그리워하라

눈만 뜨면
내 창문에 걸터앉아 메아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