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4일 목요일

“말 못하는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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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의 물이
빙글 빙글 돌아간다.
까봉이 신기한 듯,
변기에 매달려 눈을 휘둥글거린다.
비워지는 순간 차오르는 물.
까봉은 앞발을 쑤욱
그 안에 넣고는
물을 살짝 건드린다.
이제는 엉덩이를
치키고 올라가 물을 핥는다.
핥는 혀에 찰싹 찰싹 감기는 물
(나도 저렇게 삶에 찰싹 안겼으면…)
변기의 물은 줄지 않고,
그의 목마름은 금새 가신다.
만족스런 야~옹을
나에게 남기고
그가 게으른 걸음으로
거실로 간다.
빼앗을 수 없는 “말 못하는 짐승”의 즐거움.
나는 변기의 뚜껑을
그대로 열어 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