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4일 목요일

암흑 속에서

달, 처음에
저렇게 환하지 않았다
별, 처음에
저렇게 빛나지 않았다
나, 처음에
암흑 속에 묻혀 있었다
가슴 속에는 검은 꽃이 피고
머리 속에는 검은 풀이 자랐다
눈 속으로
온종일 진흙비가 내렸다
입 속으로
해골과 뼈다귀만 굴러다녔다
해 뜨기 전에 어둠이 먼저 찾아와
등짝에 난 문을 세게 두드려댔다
어느 날 수심 가득한 달이
창을 열고
반쪽이 된 얼굴을 내밀었다
멀리서 달의 기척을 듣고
쓰러질듯 마당으로 별이 나왔다
둘이서 눈이 마주쳤다
타오르는 불빛으로 반짝거렸다
칠흑의 지하에서
뜨거운 손을 내밀어
누워있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다리가 휘청거리자
달빛이 휘영청 길을 비추었다
눈앞이 캄캄해지자
별빛이 천장에 번쩍 피어났다
암흑 속에서
나를 끌어안는 누구 눈빛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