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7일 화요일

가을 벌판에서

온 들판을 헤매이며 찾았건만
아무 곳에도 없네
모두가 여물어가는 계절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을
온 종일 기다려 보았지만
보이지가 않네
무엇을 기다리고 찾았는가
이제는 그 기억조차도 희미하네
생의 마무리로 분주한 가을 벌판
잠자리는 잠자리대로
풀벌레는 풀벌레대로
굼벵이는 굼벵이대로
일생동안 찾기만 하던 하루를 잊어버리고
나무 아래 잠시 앉아 서로를 바라다 보네
햇볕은 온 들판을 눈부시게 비추고 있네
한없이 한없이 비추어주기만 하네
땅이 아무리 뒤척여도 비추어 주기만 하네
바람은 서늘하게 불어오네
산들산들 불어오기만 하는 바람
아무리 돌아 앉아도 불어 오기만 하는 바람
나뭇잎이 한 잎 두잎 떨어지네
떨어지고 떨어져서 쌓여만 가네
아무리 마다하여도 쌓아 주기만 하는 낙엽
아, 살아가는 과정은 주는 것임을,
살아있다는 것은 결국 주어야하는 것임을,
찾고 거두는 것이 아니고 베풀어서 남겨두는 것임을,
마음의 씨앗을 하나씩 떨구며 돌아가야 하는 것임을,
가을 벌판은 저홀로 알 몸으로 실천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