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0일 수요일

차꽃

늦은 십일월의 화개
북풍 찬서리 맞겠다고
허리 곧추 세운 산비탈이
생일 잔치를 벌이고 있는지
황금색 꽃심의 떡
흐드러지게 한 상 받았다
지리산과 섬진강도
저 따로 꽃향기에 묻혀지내다가
먼 친척 손님으로 달려와
아침 안개로, 저녁 달빛으로
상봉하는 기쁨이 저러할까
손 맞잡고 팔 흔들어대며
함박 웃는 다향茶香이 정겹다
흰 꽃잎 속에 노오란 꽃술이
문설주에 반쯤 얼굴 가리고
낯선 손님 맞이하는
산골 처녀 같아서
수줍은 듯 소담스럽게 핀 것이다
맑고 차가운 순수의 이슬이다
푸른 빛물에 차꽃 얹어놓으면
내속에 온통 얼룩진
녹을 씻겨 내릴 수 있을 것이니
차를 주고 받으며
먼 해후의 맹약을 하겠다
열매를 맺어놓고 꽃이 피니
옮겨 심으면 죽어버리겠다는
혈서를 쓰겠다
숯불로 달군 화개의 무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