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8일 토요일

화택火宅에서

허술하게 지은 집이라
몇 년 살지 않았건만
벽과 마루는 이미 주저앉았고
기둥뿌리는 아예 썩었다
대들보마저 기울어져 위태롭다
지붕에 벼락이 떨어졌는지
불똥이 튀었다
다락부터 활활 타고 있었다
맹렬한 불길에 휩싸였으니
빠져나갈 수 없는
화택火宅이 내 몸이다
내 속에서 불끈불끈 열이 났으므로
언젠가 화산처럼 폭발할 줄 알았다
다리도 허리도
한 순간 무너져 내릴 것이다
화가 천장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라
머리카락이 다 타버릴 것이다
눈은 시뻘겋게 충혈 되어
餓鬼아귀 같은 짐승을 닮았다
입은
生생을 너무 자주 물어뜯었으니
헐어 진물이 뚝뚝 떨어져 내릴 것이고
살갗은 잦은 애무愛撫로 물집이 터져
그 속의 뼈마디가 금세 드러날 터이니
저 집 세울 때부터
곧 무너져 버릴 것이라고 예감했다
차라리 다 타버려 재가 되어라
그 위에 결코 허물어지지 않을
천년 고택古宅을 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