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 김정한
내 안에 얼었던 강물이 녹아 당신에게로 흘러갑니다
강 언저리에 손을 담그고
당신집 조금 열린 문을 향하여
내 작은손 억지로 들이밀며 참 외로웠던 겨울을 떠나 보냅니다
스치는 바람 결에 페로몬 향기인지 곧 피어날 들꽃 내음인지
참좋은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힙니다
봄이 오면 제주도에는 유채꽃이,
저기 남쪽 바닷가 광양만에는 매화꽃이, 산수유꽃이 춤을 춘다는데,
이제 내 안에도 봄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꼭 손잡아 주며 들어오라 말하실 것 같아...
애써 소리없는 울음을 혼자 삼키며
열려진 문틈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그렇게 서있었습니다
하지만 말없음표만 남기는 당신
이제 곧 두 손 내밀어 주시겠지요
그렇게 믿고 바람편에 안부를 전합니다
당신 잘 계시느냐고...
아픈데는 없으시냐고...
그리고 다시 발길을 돌립니다
아주 좋은 날
당신 내게 오시는 따뜻한 봄날에는
익을수록 맛이 나는 모젤란드아이스바인(Moselland Eiswein)처럼
익을수록 향기로운 lbcrico치즈처럼
익을수록 달콤해지는 그런 love을
당신과 둘이서 하고 싶습니다
김정한시집 - 너를 사랑하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