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8일 수요일

이제야 그 사랑에 눈을 뜬다.

내 가슴에 눕는다.
내 가슴에 눕는다.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모습
세월의 틈새를 비집고 따라와
우리 마을에
스레트 지붕 밑으로 들어선다.
하얀 백발로 들어선다.

초저녁
하얀 박꽃이 입술를 편다.
달 뜨는 밤
대추나무 사이로 하강하는 이슬을 마시려고
보드란 입술을 크게 벌리고 있다.

끝없는 역사의 그림자가
오늘 밤에도 가슴에 눕고
아련한 추억의 들창 너머
포실한 달빛
중년의 박꽃을 품어 안고 있다.

유년의 그림자가 모두 모여
내 가슴에 눕는다.
내 가슴에 눕는다.

이제야 그리운 사랑에 눈을 뜬다.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