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8일 수요일

때론 사랑이란 것은 -정우경-

어느 날 나의 조카는 내게 말했다
난 짝꿍이 좋아서 사탕 한 개도 쪼개서 줬는데
성운이는 아무 것도 안 주었다고
얘야, 사랑하는 나의 조카야
사랑은 산수처럼
계산하는 게 아니란다
때론 손해보는 것
나머지 사탕 반쪽도 마저 주고 싶은 것
그게 바로 사랑이란다
어느 날 나의 동생은 내게 말했다
우리반 어느 아이는
노래를 잘 불러서 좋아진다고
얘야, 사랑하는 나의 동생아
사랑은 음악처럼
박자가 들어 맞는 가락이 아니란다
때론 4분의 3박자가 4박자가 되는 것
음치인 목소리가 더 멋이 있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란다
어느 날 나는 언니에게 말했다
사랑이란 정말로 무엇이냐고
얘야, 사랑하는 나의 동생아
사랑은 국어처럼
문법이 맞는 문장이 아니란다
때론 아무 말도 없는 것
그러고도 서로를 알아 주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란다
어느 날 나의 조카는 내게 물었다
그러면 이모... 사랑해 봤냐고
어느 날 나의 동생은 내게 물었다
그러면 언니... 사랑해 봤냐고
얘들아, 사랑하는 아이들아
나도 아직은 어린애란다
사랑 한 번 못 해 본 어린애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