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움 속에서 빛을 발하며
꼿꼿이 서 있는 저 갈대도
내일 무슨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허리 굽혀 겸손함을 깨달은
다소곳함도
순간의 긴장이 풀리면
다시 어깨를 거들먹거리는
바람의 횡포에 쓰러지고
아, 인생이란 아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거룩함도
성실함도
사랑함도
그 이름 잊혀지고 마는 것을
안개 낀 날에도
비바람 부는 날에도
별들이 내려와 사뿐히
안겨드는 밤에도
영원을 향한 너의 모습
짧은 인생의 수고를 알아버린
허락 받은 하루에 목숨을 거는
네 달관의 몸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