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5일 일요일

병원에서 Ⅰ

몸이 너무 안 좋아
병원에 갔습니다
얼굴이 너무 하얘져서
내 손이 내 발이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를 않아
한동안 그러고 다니다
큰일이지 싶어 검사를 받아 봤습니다
그 전날부터 굶겨놓고
수채구멍 뚫듯
목구멍에 호스를 처넣었습니다
죽겠다고 그래도
계속 처넣었습니다
검사 결과 보러 간 날
기가 막힌다는 표정 지으며
살고 싶으면,
장가 한 번 가보고 싶으면
하루 새끼 밥 먹고
주는 약 먹고
이 시간부터 술이랑 담배랑
원수지라고 했습니다
죽는다고
죽을 수도 있다가 아닌
진짜 죽는다고......
그러면 내가 훌륭하다 그럴까봐
용하다고 소문내줄 줄 알고
죽고 싶어 마신 술인데
죽어라 태운 담밴데
의사 선생님이
그것도 모릅니다
전문대 다니는 내 친구도 아는 병인데
대학 포기하고 군대 가 있는
중학교 동창놈도 처방을 내려주는데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그냥 의사도 아닌
의사 선생님이
그것도 모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