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4일 화요일

★초록색 바다

도심의 큰길을 뒤로 하고 들어 선 오솔길은
시골길이 열어져 자박거리는 발걸음
며칠동안 내린 비로 질퍽한데
물을 머금은 옥수수 배는 통통하게 불었다.
깨 꽃도 물을 매달아 눈을 못 뜨는데
호박꽃 머리에 인 꿀이 물에 다 녹아 내려 달콤하다.

비 안개로 어두컴컴한 숲 터널을 지날 때
나무비가 후드득 한 자락 빗금을 치고,
빗 속의 매미 저리 슬피 우는데
산까치 온 몸 촉촉하게 적신 채
기쁜 소식 알려 주려 다가와 풀어 놓는다.

소망 탑에 올라서니
알알이 쌓여진 소망들이 탑을 이루고 솟았는데
광활한 숲 속은 온 몸을 더위로 녹여 뜨거운 열기는
희뿌연 안개 김으로 옥수수를 쪄 내는 가마솥이다.

빗 속에 빠져 흥건해
옷이 짝 달라 붙은 야생화 꽃 길을 지나
약수터 목을 추기고
물에 빠진 숲속을 헤집고 얼마나 올랐을까
비 내리는 성불 암 넓은 숲속은 초록색 바다였다.

바다가 푸른 바다라면
내 시야에 펼쳐진 물에 잠긴 숲은
초록 물이 바람에 파도를 이루는 초록색 바다다.

어느새 내 마음은 초록색 바다를 헤엄치는데
빗물에 수영하고 나온 예쁜 새
초록 바다 물 소리를 낸다

한참이나 초록 바다에 빠져 헤엄치다가
내려 오는 길은 온 몸
초록 물이 들어 뚝뚝 떨어지는데
물 먹은 오솔길은
내 발을 자꾸 잡아 당겨 달래며 걷는다.

얼마나 내려 왔을까
달맞이 꽃이 노란 눈물 떨구고 울고 있었다.
오늘 밤
사랑하는 달님을 만날 수 없다고 보고 품에 울고 있어
내일이면 만날 수 있다고 눈물 닦아주고

멀리 바라보는 먼 산에 누워 있는 구름
초록 물고기를 그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