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7일 금요일

가벼운 세상에 똥을 먹이다

나는 전에 똥이나 오줌 또는 가래나
피고름 등의 그런 더러운 오물 같은 단어는
시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온 것이었다
후회한다 내가 왜 진작에 몰랐을까 하는 것을
뭐냐하면 매일 매일 화장실 변기에다 하는 짓이
아니 어디 놀러가서 흙에다 하는 그 숭고한 일이
시가 아니냐고 그래서 이제 생각해 보니
더러운 똥이나 오줌 가래나 피고름이
꽃이나 나무나 바위나 그리고 바다나 하늘
그 무엇보다 더 시적이고 더 의미 심장한
뜻이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저 더럽게도 확실한 사실이 있으니 인간이
똥이나 오줌을 누지 않고서는 이 세상에서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이 분명한 우리들의 실체가 아니냐
그 말이지 그런데도 자신이 싼 똥과 오줌이나 가래나
피고름을 슬쩍 감추고 저 위선의 저 거짓의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서 ´본인은´ 어쩌고 저쩌고
하거나 ´위대한 국민 여러분´ 외치는
저 간사한 주둥아리 돌대가리 가진 지도자들이
사실은 치매 걸린 늙은이들의 지독한 노망이었다는 것을
아니면 말이지 평생 보수냐 진보냐 금긋다가
죽으라고 그러고 거기에다 빨간색이냐 검정색이냐
색깔 구분하느라고 사팔뜨기 색맹이 되라 그러고
거기에다 말이지 21세기가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
세계화가 이렇다는 둥 저렇다는 둥
인터넷 강국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제 쇠밥통만 지키고 의자에 달라붙어 앉아있는
꾼들이 모여 앉아 음모와 비리와 술수가 아직도 판을 치는
폭로와 횡령과 청탁과 탈세와 사기가 소나기처럼 퍼붓는
저 개똥 같은 세상의 개똥 같은 인간들에게
그러니까 말이지 그들이 여태까지 퍼질러 놓은
똥과 오줌을 한 바가지 갖다가 먹이고 싶다 이거지
그러면 참으로 아름다운 시가 될 것이다
이 가벼운 세상 가벼운 인간들에게 똥과 오줌을
가득 먹이고 싶다 이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