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아이야
토끼풀 숲에 쌀티밥같은 흰 꽃이 피면
순하고 착한 아이가 되어
널 기다리리라
오오, 아이야
눈물 없이 울어야할 날에는
풀물로 얼룩진 네 돔방치마
한아름 넘쳐나는 풀꽃이 되고 싶다
내 안에 너는
말쑥한 하늘을 지치던 흰 구름 떼
풀잎 위를 건너 건너뛰던 방아개비
푸른 구슬처럼 깊고 투명하던 동공
동강난 세월들을
차르르 차르르 풀어내는
낡은 영사기 속 아이야
꽃반지 끼워주고 싶다
꽃 목걸이 걸어주고 싶다
꽃 머리띠 해주고 싶다
그리고 눈물 흘리며 울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