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4일 토요일

김현승의 ´행복의 얼굴´ 외


<행복과 행운에 관한 시 모음> 김현승의 ´행복의 얼굴´ 외

+ 행복의 얼굴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이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
(김현승·시인, 1913-1975)
+ 너무 많은 행복

행복이 너무 많아서 겁이 난다
사랑하는 동안
행복이 폭설처럼 쏟아져서 겁이 난다

강둑이 무너지고
물길이 하늘 끝 닿은 홍수 속에서도
우리만 햇빛을 얻어 겁이 난다

겉으로 보아서는
아무 것도 없는 너와 난데
사랑하는 동안에는
행복이 너무 많아 겁이 난다
(이생진·시인, 1929-)
+ 행복에게

어디엘 가면 그대를 만날까요
누구를 만나면 그대를 보여줄까요
내내 궁리하다
제가 찾기로 했습니다

하루하루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일
저무는 시간 속에 마음을 고요히 하고
갯벌에 숨어 있는 조개를 찾듯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대를 찾기로 했습니다

내가 발견해야만 빛나는 옷 차려입고
사뿐 날아올 나의 그대
내가 길들여야만 낯설지 않은 보석이 될
나의 그대를...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내 안에 있는 행복

새처럼
수줍은 그것은
소매를 붙잡으면
이내 날아가고 맙니다

첫눈처럼
보드라운 그것은
움켜쥐면 사르르 녹고
맙니다

그러나
바위처럼
단단한 그것은
돌아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행복,
찾으면 찾아지지 않고
놓아줄 때 비로소
보여집니다
(홍수희·시인)
+ 행복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합니다.
나는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겠습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을 미워하는 고통도 나에게는 행복입니다.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미워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얼마나 미워하겠습니까.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일생에
견딜 수 없는 불행입니다.
만일 온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자 하여 나를
미워한다면 나의 행복은 더 클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원한의 두만강이
깊을수록 나의 당신을 사랑하는 행복의 백두산이
높아지는 까닭입니다.
(한용운·시인, 1879-1944)
+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시인, 1908-1967)
+ 행복해진다는 것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은 까닭.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르지.
스스로 행복하고
마음속에서 조화를 찾는 한.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
사랑은 유일한 가르침
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단 하나의 교훈이지.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그렇게 가르쳤다네.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가장 깊은 곳
그의 영혼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네.
(헤르만 헤세·독일계 스위스인 시인이며 소설가, 1877-1962)
+ 행복

행복을 추구하는 한 너는
행복할 만큼 성숙해 있지 않다.
가장 사랑스런 것들이 모두 너의 것일지라도

잃어버린 것을 애석해하고,
목표를 가지고 초조해 하는 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 너는 모른다.

모든 소망을 단념하고
목표와 욕망도 잊어버리고
행복을 입밖에 내지 않을 때,

그때 비로소 세상일의 물결은
네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너의 영혼은 마침내 평화를 찾는다
(헤르만 헤세·독일계 스위스인 시인이며 소설가, 1877-1962)
+ 행복은

행복은 늘
우리 가까이 있다
새벽을 깨우는
싱그러운 새소리,
우리의 작은 집 작은 창문 사이로
은총처럼 밀려드는
한 줄기 따스한 햇살로
행복은 우리 곁에 찾아온다

행복은 언제나
우리 곁에 맴돌고 있다
아내가 정성으로 끓이는
구수한 된장찌개 내음,
우리의 작은 집 작은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듣기 좋다는
남편의 순수한 마음으로
행복은 우리 곁에 살랑대고 있다

행복은 어제나 오늘이나
우리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다
아내의 한결 변함없이
안개꽃 같은 화사한 모습,
세월이 흘러도
마냥 포근하기만 한
남편의 팔베개로
행복은 우리의 작은 집에 살고 있다

행복은 내일이나 모레나
우리 가까이 머물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와 함께 웃음짓는 사람들
우리와 함께 눈물짓는 사람들의
소박한 인정(人情)과 마음 씀씀이로
행복은 우리의 작은 땅에
살아 숨쉬고 있다
(정연복, 1957-)
+ 네 잎 클로버

나는 해가 금과 같이 반짝이고
벚꽃이 눈처럼 활짝 피는 곳을 알지요
바로 그 밑에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
네 잎 클로버가 자라는 곳이 있지요

잎 하나는 희망을, 잎 하나는 믿음을,
그리고 또 잎 하나는 사랑을 뜻하잖아요
하지만 하나님은 행운의 잎을 또 하나 만드셨어요
열심히 찾으면 어디에서 자라는지 알 수 있지요

하지만 희망을 갖고 믿음을 가져야 하지요
사랑해야 하고 강해져야지요
열심히 일하고 기다리면 네 잎 클로버
자라는 곳을 찾게 될 거예요
(엘라 하긴슨)
+ 세 잎 클로버

어린 시절에
토끼풀 우거진 들판에서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애쓰던 추억이 있다

지천에 널린 세 잎 클로버 사이로
번쩍 눈에 띄는 네 잎 클로버는
눈부시게 황홀했지.

며칠 전, 어느 두툼한 책의 모퉁이에서
우연히 눈길이 닿은 한 구절이
벼락처럼 내 가슴을 내리쳤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입니다.˝

그래,
행운은 내게로 오지 않아도 좋으리
눈부신 행운을 꿈꾸지는 않으리

다만, 들판의 세 잎 클로버처럼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평범한 것들에서 생명의 기쁨을 느끼는
욕심 없는 마음 하나 가질 수 있기를!

가까운 날에 들판에 나가
세 잎 클로버들에게 사죄해야지

´말없이 내 주변을 맴도는
소중한 너희들을 몰라봐서 정말 미안해.´
(정연복,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이묘신의 ´흙님´ 외"> 제해만의 ´고 작은 것´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