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만나고 돌아오다가
안양쯤에 와서 내가 꼭 울게 됩니다
아직 지워지지 않은 그대 모습을
몇 번이고 천천히 음미하노라면
작별하는 뒷모습 그대 어깨쭉지에
아무도 번접할 수 없는
독자적인 외로움과 추위가 선명하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대 독자적인 외로움과 추위가
안양쯤에 와서
더운 내 가슴에
하염없는 설화로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대 독자적인 외로움과 추위를 마주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나는 처절합니다
되돌아가기엔 나는 너무 멀리 와버렸고
앞으로 나가기엔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대 땅에 뿌려놓았읍니다
막막궁산 같은 저 어둠 어디쯤서
내 뿌린 씨앗들이 꽃피게 될는지요
간담이 서늘한 저 외롬 어디쯤서
부드러운 봄바람 나부끼게 될는지요
기우는 달님이 집 앞까지 따라와
안심하라, 안심하라, 쓰다듬는 밤
열쇠를 끄르며 나는 웃고 맙니다
눈물로 녹지 않을 설화는 없다!!
불로 녹지 않을 추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