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황혼-
어제와 같이 그 시간에 그녀와 나는
언덕 위에 가축모양
말없이 앉아 있었다.
언제까지나.
이윽고 그녀와 나는
어느새 작은 물고기가
돼 있음에 놀랐다.
몸에는 수없이 많은
비늘이 돋쳐 있었다.
그리고 조그만 꽁지까지 생겨
움직이면 요리조리 제법 꼬리쳤다.
그녀와 나의 눈 앞으로
놀이 흘렀다. 등불이 흘렀다.
놀이 등불이 물 위로 흘렀다.
놀따라 등불따라
그녀가 흘렀다. 내가 흘렀다.
새벽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녀와 나는
웃으며 떠들며 꽁지치며
흘러가는 것이었다.
자꾸 흘러가는 것이었다.
새벽을 만나면 그녀와 나는
그 어느 뭍
푸른 보리밭 고랑으로 찾아 들어가
아름다운 한쌍의
종달새가 될 수 있다고 믿으며
흐르는 것이었다. 그녀와 나는
놀따라......
등불따라......
장만영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