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잠못들게 하는 것은
동해의 파도소리가 아니다
첨성대 위에 반짝이는
별과 별들의 속삭임도 아니다
꽃이 피는 날을 기다려
준비한 설레임들이
너의 잠 속으로 침몰하는 신라의 밤
나는 석굴암 근처에서
몰래 가지고 온 사랑이
저혼자 부서지는 것을 본다
한 나라 멸망의 순간처럼
스스로 굴복하는 것을 본다
둥둥둥 북을 울려라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이를 향해
둥둥둥 둥둥둥 북을 울려라
내 살가죽을 벗겨 만들어진 북으로
천년 전에 잠든 님을 향해
그렇게 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