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7일 월요일

부두에서

그녀는 눈쌓인 벤치에 앉았다.
한 손에 따뜻한 커피가 든 종이컵을 들고
그러나, 그녀는 줄곧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커피는 줄지않았고
축축한 엉덩이는 일어날 줄을 몰랐다.
그녀 앞 검푸른 바다 위
북극에서 떠 내려온 얼음 조각이
파도에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그녀는 마치 염력을 써서
그것을 날릴 것 처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아니 늘 이곳은 세찬 바람이 불었다.
그녀는 싸늘해진 커피를 들고
일어났다.
그녀의 다른 손에 들려있던
한뭉치의 이력서가 바람에 날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집으려 허리를 굽히는 순간
커피가 쏟아졌다.
그녀의 발 밑
초라히 뭉게진 이력서를
그녀는 한 참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눈쌓인 벤치에 앉았다.
텅 빈 종이컵을 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