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9일 수요일

가릉빈가

설산에 산다는 새
사람의 얼굴을 가졌다
무한하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천추天秋처럼 만세萬歲처럼
벽화나 향로에 둥지를 튼다고
한 세상 날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날개가 돋아났으니
어깨가 무척 가벼워지고
욕심 많던 두 손이 사라져 버렸다
속세를 딛고 설
다리가 가느다랗게 변하더니
삼족三足의 발이 되었다
곧 겨울이 다가온다고 하니
꽃 한 송이 피우려고
한 천 년 만 년
도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적멸의 풍경 흔들리는 소리를
무덤 속에서도 듣고 싶었을 것이다
무겁게 쌓인 녹을 밀쳐내니
햐, 무늬가 곱다
가릉 가릉 소리를 내며
빈한한 나의 집으로 날아드는
저 새가 참 어여쁘다
내 속에서 불현듯
열반의 다비식을 치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