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5일 목요일

오월민들레

내가 이름없는 땅에 이렇게 피어 있는 것은

이곳이 나의 땅인 까닭입니다

내가 이렇게 홀로 피어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것은

이 세상 모든 꽃들도 제 홀로는 다 그렇게 있는 까닭입니다

풀과 꽃들이 모두 그렇게 있을 곳에 있듯이

당신과 나도 그렇게 있는 것입니다

날이 저물고 나의 시절도 다하여

조용히 내 몸 시들고 있어도 서럽지 않은 것은

당신도 그렇게 피었다 말없이 당신의 길을 간 때문입니다.
[도종환]오월민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