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보름달처럼
나도 계수나무 한 그루 심겠다
부채살 가지에
봄에는 자잔한 꽃 달리고
심장을 닮은 잎들이
붉고 노랗게 단풍으로 물들면
달콤한 솜사탕 냄새로
두 귀 쫑긋한 토끼 불러내겠다
우리가 전에 달에 살아서
당신은 필시
눈 반짝이는 짐승이었을 것이고
나는 혹시
향기 짙은 나무였을 것이다
보름만 되면
별무리 밟고 건너가
견우와 직녀처럼 만났을 것이고
나무꾼과 선녀처럼
하늘을 두고 헤어졌을 것이다
무르 익어 터진 사랑으로
어느새 계수나무 키가 훌쩍 커서
토끼 앉아 놀기 좋아서
합방으로 환하게 불 켜진
보름달 한참 쳐다보겠다
언젠가 지상에서
당신이 깡총거리는 토끼라서
달나라에서 살고 있던
내가 계수나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