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22일 수요일

애절하다

지난 겨울이었나
뒷뜰 한 구석에 버려진
동백나무 얼어 죽을까
삽으로 뿌리를 걷어내었네
조심 조심 화분에 옮겨 심었네
방 안에 고이 간직하여
물도 주고 불도 주었더니
쑥쑥 잘도 자라서
이제는 나와 같이
키를 겨루려고 하네
한참 바라본 어제 창 바깥으로
견디기 어렵도록
비 내리고 눈 내리더니
어느새 추억의 꽃 지고
인생의 잎 지고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아
애가 타는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은 내 가슴에 숨어서
붉은 동백꽃 한 송이 피었네
너를 기다려온 그 오랜
시간이
너를 만나기로 한 그 굳은
약속이 너무나 애절하다고
다른 누구보다 먼저 네가
달려와서 우물에 몸을 씻었네
옷 벗고
고운 살을 펼쳐놓았네
너 같은 마음 하나 보려고
하늘도 땅도
눈물로 축축하게 속 젖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