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시간의 물살과
세월의 암초에 부딪혔으니
생生은 난파선이다
폐에서 떨어져 나온
깨진 병甁 같은 마음을 가지고
흔들 흔들 떠밀려가다가
어디 무인도 같은
어디 혹성 같은
어디 절대절명의
낯선 곳에 닿았으면 했다
그곳에는
피 흘리는 것들이
함부로 침범하지 못하고
그곳에는
정신 사나운 것들이
쉽사리 허옇게 곰팡이 피고
숨 한 번 쉴 때마다
그대를 찾아 가는 길이
끊어졌다가 이어졌다가
눈 한 번 뜰 때마다
그대가 서 있는 곳이
가라앉았다가 솟아났다가
하루 종일 눈 내려 쌓이는
만년설이라 꽃은 없고
일년 내내 얼음 어는
북극이라 떨어질 잎도 없고
누군가 불현듯 와서
기댈 어께도 없으니
킬리만자로라 부른다
그곳에서 한 평생을
뿌리 펼쳐 드러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