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일까 이곳 마닐라에는
철새도 떠나지 않고
사시 사철 구루구루 떼지어
잿빛 하늘 아래 제 몸 추스리고 있을까
강물은 어김없이 흐르고
뜬금없이 떨어지는 단풍같은 나뭇잎
이방인의 가슴켠에 쌓여 가는데
나는 오늘도 발신자 없이 찾아 올
철새같은 항공 엽서 기다리며
기러기처럼 기루루 기루룩
철없는 가슴키 늘여 뜨린다
철도 잊고 살던 내게
겨울 꽃잎처럼 찾아들던
어머니의 편지
미싯가루 고춧가루 사이
누런 담뱃종이위에 구르던 소리
아야 애쓴다고다 된다냐
머시머시 해도 건강이 최고여
올 시한에는 왔다 가야제
벌써 싸락눈 내린가벼
철잊은 철새들 늘어나면
내 작은 뜰에 피어난 장미
언제쯤 꽃 봉오리 피워 낼 수 있을까
제 집 찾아 떠나는 철새 대신
겹겹히 쓰레기들
마닐라 베이에 밀려 오며
허기진 노숙자들의 배를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