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7일 월요일

석궁石弓

한 번의 활시위에
성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라
쇠문이 부서지는 것을 보라
총도 칼도 없어서
돌밖에 가진 것이 없어서
활 만들어 일어났던
민초들의 항쟁 같은
위대한 격파 아닌가
근엄한 옷자락에 꽂힌 선언이다
움켜쥔 힘에 대한 포고布告다
놀라워라 순식간에 지진을 일으켜
뒤집어 엎어버리는 저 솜씨
화산을 단박에 폭발시켜
발밑을 뜨겁게 달궈놓는 저 실력
무릎 끓고 빌지 말라며
등허리 걷어차는 저 세찬 발길이
죽비라고 신나게 맞아 보자
가진 것 없이 끌려가
그 자리에 한 번이라도 섰다면
석궁이 아니라
대포라도 쏘았으리라
한 삶을 산산이 파괴해 버리고
한 생을 완전히 멸망시켜 버린
저 밀실의 법이 미워도
그러나 그러나 사람을 향해
당신의 마음을 쏘지 마라
불 붙인 화살로
이 어두컴컴한 현실을 향해 쏘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