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2일 토요일

참배參拜

마음으로 지은
죄의 수심이 깊어서
손에 피 진하게 묻었을 게다
깨끗이 씻지 못하고
무덤으로 걸어갔으니
지워야 할 비석 앞에서
향 피우지 마라
없애야 할 명패 앞에서
고개 숙이지 마라
과거의 문을 따고 들어가
반성의 나날을 보냈다고 마라
밟힌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용서의 마침표를 찍지 못한다
뒤돌아선 그 속을 알 수 없어서
사랑의 느낌표를 찍지 못한다
참배하기 전에 참회할 것이
참으로 많은 줄 안다
절 하나 세워 놓고 몇 번 절했으니
세상 잊었다고 말하지 마라
대신하여 지는 꽃잎 앞에서
손 내밀어 고운 향기 피워내라
희생으로 묻힌 씨앗 앞에서
눈 감고 오랫 동안 묵념하여라
너를 살리고
나를 죽이고 가는 것이다
너에게 패하여
내가 벌거벗는 것이다
어제 누군가 귀신 집에 들어가
거짓으로 옷을 잔뜩 입혀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