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6일 수요일

김종해의 ´봄바람´ 외


<봄바람 시 모음> 김종해의 ´봄바람´ 외

+ 봄바람

개같이 헐떡이며 달려오는 봄
새들은 깜짝 놀라 날아오르고
꽃들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속치마 바람으로
반쯤 문을 열고 내다본다
그 가운데 숨은 여자
정숙한 여자
하얀 속살을 내보이는 목련꽃 한 송이
탓할 수 없는 것은 봄뿐이 아니다
봄밤의 뜨거운 피가
천지에 가득하다
손에 잡히는 대로 뜨뜻해지는
개 같은 봄날!
(김종해·시인, 1941-)
+ 봄바람

들길에 봄바람
불어오면은,

시냇물에 송사리 떼
송송송.

울 밑에 병아리들
뿅뿅뿅

내 맘에 그대 생각
솔솔솔.
(차성우·교사 시인, 경남 거창 출생)
+ 봄바람

어찌
안으로만
파고드는지

빛살도 어지러워
휘청거리는데

앞섶을 열고
방심을 부추기는
솜털 분분한 가락이여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 봄바람

칼보다 아프구나

졸리웁게,
졸리웁게,
불어오는 저 산들한 봄바람
(정세훈·시인, 1955-)
+ 봄바람

밤새 긴 기다림으로
영롱하게 빚어낸
이슬 한 방울
톡 떨어뜨리고

연분홍 벚꽃
봄나들이 가자고
살며시 불러모아
연못에 퐁당 빠뜨리고

설레는 가슴 안고
꽃 마중 나온 봄처녀
살금살금 다가가
두 볼에 살짝 입 맞추고
(심지향·시인, 1948-)
+ 봄바람

보이지 않는다 하여
우리를 모른다 하지 말라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한다

보잘것없다 하여
하찮게 생각하지 말라
누군가 하는 일 다할 수는 없으나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우리는 하고 있다

빈손으로 돌아간다 하여
헛수고라 생각하지 말라

우리로 하여
얼어붙은 대지는 생명 기지개 펴고
벗은 나무는 잎을 내고
잠자는 모든 것은 깨어난다

사랑하는 모든 이여
오늘은 우리 모두
하늘 바람이 되고
봄이 되고 싶지 않는가
(고훈·목사 시인, 1946-)
+ 봄바람

유채꽃이 보고 싶다
제주도 봄바람에 춤추는
노오란 유채꽃이

동백꽃이 보고 싶다
여수 오동도 눈 속에서 피어난
빠알간 동백꽃이

매화가 보고 싶다
섬진강가 꽃 대궐
분홍 매화가

산수유가 보고 싶다
산동 마을 물들인
노오란 산수유가

봄바람 살랑살랑
고질병 봄바람이 도지나 보다.
(이문조·시인)
+ 봄바람

봄바람은 언덕을 넘어서 계곡을 넘어서
마을로 불어 와
뒷돌담을 몰래 넘어서 장독대를 넘어서
마당으로 치달아 먼지 날리고
한차례 지붕을 넘어가며 내게
잘 있어라 잘 있어라 당부하고는
먼 벌판에서 서성이다가 다시
山이마로 가서
진달래 붉은 꽃을 피워서
마을을 훤히 내려다보면서
나오너라 나오너라 하더라

볼일 없이 나가서 무엇 하나?
꼼짝 않고 드러누워 천장 보는데
미련하게 드러누워 밥도 굶는데
돈 없어도 좋으니
나오라 나오라 명령하더라.
(서지월·시인, 1956-)
+ 봄바람·3

너는
매화꽃 가지에
은은히 숨어 있다
목련꽃에서는 더 환하다
절벽 난간 붉은 진달래꽃
신라적 노인의 헌화가의
간절한 숨소리로
너는 하늘거린다
새소리에도 봄물살에도
허리를 뒤틀며
재잘대고 깔깔댄다
눈을 감아도 너는
내 볼을 부비며
내 가슴을 파고든다
(양채영·시인, 1935-)
+ 봄바람

잠 깨는 누에처럼
꼬물거리다
하양나비 날개처럼
팔랑거리며
보드라운 손 내밀어
꽃구경 가자고
산 넘고
물 건너 온
살결 고운 처녀

언덕에서
놀자고
풀잎 끝에
놀자고
흐드러진 풀꽃잔치
차려 놓고서
치맛자락 살랑대는
살가운 처녀

맴돌며 손짓하다
수줍어하고
가만히 다가와서
눈웃음 치며
속사랑에 가만히
불을 지피는
봄볕 속에 태어난
어여쁜 처녀
(최해춘·시인, 경북 경주 출생)
+ 봄바람

봄바람 불어
미지로 향하는 발길
양지바른 언덕에
파릇파릇 새싹 돋았네.

물가
윤기 흐르는 나무에
사뿐사뿐 앉았다 날며 지저귀는 새
인고의 기다림을 노래하는가.

나비는
아지랑이 피는 둑길로 올까.
제비는 강 건너 벌판을 달려오겠지.
천사를 고대하는 풋풋한 마음

가슴 활짝 열고
봄바람 가득 담아
짙은 그리움 물들여
하늘로 하늘로 띄워봅니다.
(강신갑·시인, 1958-)
+ 봄바람


이 봄에 푹 빠졌어요
이 봄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할까 걱정인 걸요
봄바람 났다 소문날지도 몰라요

알잖아요
내가 얼마나 봄이 빨리 지나기를 원했는지
내 날 속에 봄은 없다 했잖아요
이제 나 변해 가고 있어요
봄 속에 왜 빠졌는지도 몰라요

우리 봄바람 맞아 봐요
보채고 떼쓰는 이 봄바람을 어찌할까요
감질나게 그리운 유년을 기억하며
우리
누가 더 그리워하는지 내기할까요?
(정연옥·시인)
+ 봄바람

아침 햇살 아무도 모르는 척
지그시 눈감으면

징검다리 건너온
꽃샘바람 나 몰래 우리 누나
젖가슴 훔쳐보고

수줍은 우리 누나
속치마 펄럭이면 봄바람 타고
서울 간다네.
(장수남·시인, 1943-)
+ 봄바람

생기 가득한 봄바람은
초록 빛깔 가슴 가득 안고 와
온 땅에 뿌려놓는다

포근함이 가득한 봄바람은
꽃망울 가슴 가득 안고 와
꽃들이 활짝 웃게 만든다

그리움이 가득한 봄바람은
사랑을 한아름 안고 와
사람들의 마음에 쏟아놓는다

봄바람을 만나면 사람들은
사랑을 찾는다
봄바람은 그리움을 쏟아놓고
너의 눈동자를 보고 싶게 한다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봄바람

네 몸 어디에
색을 품고 있었을까

길마다 마중 나온
노오란 꽃각시의
한들거리는 호객행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아름다움 앞에서
약해지는 여린 감정은
춘삼월 꽃바람으로
마냥 설렌다

봄날은
포주가 되어 가는데
황홀한 그대 품속을
벗어날 수가 없구나
빈털터리가 되어 가는데도
(오승희·시인, 1963-)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김준태의 ´예수´ 외 "> 홍수희의 ´아, 진달래´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