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0일 월요일

모래 속의 박물관

물 미역이 말간 얼굴로
갈매기와 놀다 가는 안식의 뜰 위
병풍 같은 파도와 마주 앉았다가
기별도 주지 않고 냉큼 두 발을
방으로 들여보낸다.
스르르 열리는 시간의 문.
넉넉한 습기와 햇볕
짜아한 소금기가 풍겨오는 이곳은
마르지 않는 바다의 박물관.
수억 년 전 공룡의 발톱 무늬를 기억하던
숲 속의 큰 바위들이 성큼성큼 걸어
강으로 이사 왔다가
물살의 중얼거림과
새들의 딸꾹질 따위를 피해
바다를 저어 왔다는 이야기.
여기 저기 떠돌다 피륙만 남았다는
저 모래의 사연들을 듣노라면
생의 모든 불협화음들을 등 지고
그 아름다운 방 안에 화석처럼 굳고자
오래도록 뜰 위로 서성거리게 된다.
발 등을 끌어안으며 자신의
방 하나 스스럼 없이 내어주는 모래 앞에서
허물어 지는 빛들 오래도록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