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5일 화요일

붉은 열매

열매를 가르자
고苦와 통痛이 쏟아져 나왔다
열매는 모두 붉어야 한다는
신념에 시달린 적 있었다
열매는 전부 핏빛을 품어야 한다는
주장에 끌려다닌 적 있었다
혀에 입술에 달콤할수록
그것이 견뎠을 불 같은, 얼음 같은
시절을 만끽해 본 적이 있는가
오로지 붉은 빛으로만
벼랑 같은, 절벽 같은 삶을
드러낼 수 있었을 테니
모진 형벌을 거부한 것들은
그 속에 독을 지녀서
노랗거나 파랗거나 거무스름하거나
오직 붉은 열매만이
죽음의 문턱에 다달은 적 있어서
마음까지 향기로운 것이라고
장황하게 설교한 적 있었다
하늘에 불이 난 것처럼
아침과 저녁으로 참 붉다
당신과 내가 필시
붉은 열매 같은
고해苦海의 혹성 속에 들어 있어서
반으로 갈라 나누어 먹으면
그 맛이 참 향긋하여
당신도 나도 붉게 익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