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한
흔적은
바람에 새겨있고
하늘에 새겨있고
거리에도
가로수에도
졸고 있는 구름과
한적한 강가
한눈을 파는 태양 속에도
새겨져 있습니다
낡은 담벼락 구석에
웅크린 어둠과
때로 둥글거나 날카로운 달
수많은 별에도
가끔씩 쏟아지는 빗줄기와
새벽에만 맺히는 이슬에도
우리 함께한 흔적은
분명하게 새겨져 있지요
새들도 보았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지저귑니다
천지사방 새겨진
사랑의 흔적은 분명한데
당신과 난
더이상
함께있지 않아요
사랑만 간직한채
그리움만 가지고
조각난 파편들이
눈앞에 흩어집니다
눈멀지 않아야
또 바라볼 텐데
지워질 수 있는 흔적이라면
좋으련만
자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이
심장 구석구석 박혀
깊은 상처를 냅니다
사랑의 흔적은 왜
아픔으로 남아
아름다운 척
마음을
괴롭히는지요
그래도
사랑은
아무리 아파도
사랑은
후회하지 않는
전설이 됩니다
0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