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7일 목요일

사랑의 전설

우리
사랑한
흔적은
바람에 새겨있고
하늘에 새겨있고
거리에도
가로수에도
졸고 있는 구름과
한적한 강가
한눈을 파는 태양 속에도
새겨져 있습니다

낡은 담벼락 구석에
웅크린 어둠과
때로 둥글거나 날카로운 달
수많은 별에도
가끔씩 쏟아지는 빗줄기와
새벽에만 맺히는 이슬에도
우리 함께한 흔적은
분명하게 새겨져 있지요
새들도 보았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지저귑니다

천지사방 새겨진
사랑의 흔적은 분명한데
당신과 난
더이상
함께있지 않아요
사랑만 간직한채
그리움만 가지고
조각난 파편들이
눈앞에 흩어집니다
눈멀지 않아야
또 바라볼 텐데

지워질 수 있는 흔적이라면
좋으련만
자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이
심장 구석구석 박혀
깊은 상처를 냅니다
사랑의 흔적은 왜
아픔으로 남아
아름다운 척
마음을
괴롭히는지요

그래도
사랑은
아무리 아파도
사랑은
후회하지 않는
전설이 됩니다

0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