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8일 토요일

모란시장에서

시장이 크다. 크다 해서 모란 시장 구경 가네.
줄줄이 드리워진 채일
훤하게 내놓은 좌판
바람을 타고 햇빛을 건너오는 비릿한 냄새
바다는 줄지어 누워 있었네.

아직도 검푸른 온기가 넘실대는 은갈치
갯바위 아래 제 몸 낮추다. 낮추다 납작해진 꽃게
비닐봉지 안에서 죽은 듯 고요를 덮고 있는 바지락
그 파도 위에 아버지가 계셨네

노을도 집을 찾아 서녘 하늘이 물들면
한물간 간 고등어를 지푸라기에 묵어
허기진 배를 막걸리 한 대접으로 달래셨는지
얼굴마저 붉어 나를 찾아 오셨네.

목현리 골짜기 푸른 바다 자리 잡고
세월을 낚으신지 얼마이던가.
저승의 아버님이
모란 시장을 다녀가시네.

이별은 아직도
내가 가슴에서
지워내야 할 아픔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