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3일 일요일

햇살을 기다리며

흙탕물에 엉망이 된 육신이 빨래 줄에 걸려있다
채 짜내지 못한 흔적이 찌그러진 양동이에 흥건하게 떨어진다.
골 깊은 시름 말리는 중이다
논쟁을 거듭한 전쟁소식
여왕개미는 공중에 촉수를 곤두세우고
바람타고 날아오는 화약 냄새를 맡고 있다
굶주림에 고름을 먹는 일개미
고통의 눈빛을 앙상한 나뭇가지에 걸고
겨울이 오려나.
뻥 뚫린 가느다란 구멍사이로 찬 바람이 들어온다.
길을 걷다보면
무심코 쇠꼬챙이에 목이 잘리거나
작은 상자에 갇혀 죽는 일,
발에 밟혀 다리하나 부러지는 일 허다하지만
집까지 무너지는 일은 처음이다
병정개미들이 달콤한 유혹에 둥근 진형으로
벌집을 쑤시며
꿀을 훔쳐 내기 전까지
갈색 터널 속엔 아름다운 평화가 있었다.
사람들이 떨어뜨린 빵 조각이며
밥알을 줍는 일, 소박하고 작은 행복이었다
남의 것을 탐내는 것
위태한 욕심인줄 아무도 몰랐다.
작은 탐심 하나 참혹한 전쟁이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