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3일 일요일

최석우의 ´수호천사´ 외


<천사 시 모음> 최석우의 ´수호천사´ 외

+ 수호천사

햇빛 내리쬐는 창에
어지러운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으면
날 지켜주는
수호천사의 음성이 들려오지
아가…
괜찮아…

그도 지쳐 길게 누워
까친 손가락을 꼼지락거려
그리운 이름들 적다보면
날 지켜주는
수호천사의 음성이 들려오지
아가…
걱정 마라…

나는 더 빼앗길 것이 없습니다
나는 더 빼앗길 것이 없습니다
나는 더 빼앗길 것이 없습니다

아가…
눈을 뜨렴…
내 눈에 떨어지는 그분의 눈물
아가…
네 얼굴을 비추는 빛을 보렴. 너는 혼자가 아니란다…
내 눈에 떨어지는 그분의 눈물
(최석우·시인, 경기도 가평 출생)
+ 수호천사

꽃들 벙글고
잠자리 떼 날고
강아지 조으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바닥만한
가을 햇볕에
흑요석을 깜박이며
아장아장 걸어오시는
우리 아가야,
너는 보았니!
네가 넘어질 때
네가 칭얼댈 때
너를 안아주시는
그분,
너와 똑같이 생긴
그분.
(김형영·시인, 1945-)
+ 천사의 얼굴

잠자는 어린 천사의
그 얼굴은 절대 성역이다.
흐르는 강물 소리 숨을 죽이고
거세던 바람이 창가에서 잠잠하다
공중에 나는 새도 자취가 없다.
잠자는 평화 위에
하나님의 햇살이 내린다
어린 천사는
하나님과 교통하는 시간이다.
할아버지도 범할 수 없는
절대 성역
여덟 달 난 그 얼굴 위에
태초의 숨소리가 그리 곱구나.
(이한용·시인, 전남 구례 출생)
+ 나는 봄을 천사표라 부른다

조그맣고 빨간 눈
잠시 머뭇하더니
이때다 싶어
반짝 떴다
무화과나무 잎이 다시 눈을 떴다

희망이 긴 잠을 깨워
봄이라는 이름을 걸어두기도 전에
하얀 눈보라 천지를 덮어
몸을 웅크린 세포들이
춥고 어둔 통증으로 휘감기던 그 시간에

어디서 긁어모았는지
따스한 입김 솔솔 불어
아롱아롱 연둣빛 눈도 간지럽게
눈부신 세상을 펼치는 봄

살아 있는 것들
접혔던 마디마디에 힘을 주는 그를
나는 천사표라 부르기 시작했다
눈물 없이 털고 일어나는
날개라 부르기 시작했다.
(권옥희·시인, 1957-)
+ 무기수를 찾아온 천사

높은 교도소 담을 넘어
무엇 하러 왔을까
꽃은 눈이 퉁퉁 붰는데
꽃을 달래러 온 것일까
무기수가 십 년째 맞는 봄
희나비가 찾아온 철창 밖
이 사람에게 무기징역을 매긴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비야 너는 누가 보낸 천사냐
(이생진·시인, 1929-)
+ 천사 드라이버

화창한 가을날에
정신지체, 정신박약, 무의탁 노인 52명이
옹기종기 사는 집이 있다.

광명 사랑의 집

경기도 광명시 광명7동 산기슭에
하천 부지 위에 가건물을 지어
장애자 목자와 함께
어린아이부터 나이 많은 무의탁 노인들까지
그들은 찬양하며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다.

어떤 아이는 부모의 버림으로
그리고 어떤 노인은 자식의 버림으로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몸과 마음은 온전하지 못해도
그들의 눈은 맑고 영롱하다.
그들의 영혼은 늘 깨끗함을 느낀다.

사랑의 집 가는 길이 어려워 택시를 탔다.
젊은 택시 기사 아저씨는 택시요금을 주어도
극구 받지 않겠단다.
사랑의 집 골목에 내려주고
훌쩍 떠난 천사가 있어
이 세상은 아름다운가보다.

가져간 과일이며 과자 그리고 음료수를 나누고
정다운 한때를 보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윤용기·시인, 1959-)
+ 천사

바람같이
흐르는 세월에

어느새 내 목숨의 날도
많이 야위었다.

지나온 세월
가만히 뒤돌아보니

과분하게 누린
은혜 하나 있었네.

내 고독한 영혼에
다정히 팔베개 해 준

이 세상
더없이 착한 사람.

그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나의 사랑도 손톱처럼 자라

이제는 내 생명보다도
귀하고 귀한

지상의 천사
안젤라
(정연복·시인, 1957-)
+ 여기 천사가 있네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봉사할 수 있을까요?

남들에게 영감을 주도록 우리 자신의 삶을 살며
재치와 지혜를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더라도
그들의 선함을 북돋워주고
그들의 장점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서로의 존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랑과 존중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영적인 경험을 나누기가 쉬워집니다

우리는 남들이
여기에 천사가 있네! 라고
말할 정도로 기쁨이 넘쳐야 하고
우리의 삶이
그런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다디 장키·인도의 여성 영성 지도자, 1916-)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천상병의 ´오월의 신록´ 외 "> 정숙자의 ´약한 생명들이´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