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적
R·M·릴케
그대 듣는가, 사랑하는 이여, 나는 손을 든다오.
그대 듣는가, 저 속삭임을……
어떤 고독한 사람의 몸짓이
그 숱한 사물들의 소리를 엿듣지 않고 배긴단 말인가?
그대 듣는가, 사랑하는 이여, 나는 눈을 감는다오.
그것은 또한 그대에게 이르는 속삭임이라오.
그대 듣는가, 사랑하는 이여, 나는 다시 손을 들고 있소……
그러나 왜 당신은 이곳에 없는지,
조금 움직일 때의 자국이
비단결 같은 정적 속에 자취를 남기고 있다오.
조금만 흥분해도 먼, 그러나 팽팽한 커튼속에
뚜렷이 새겨지는 인상이 있다오.
숨 쉴 때마다 뜨고 지는 별무리
입술로는 이슬냄새 젖어오고,
멀리 떨어져 있는 천사의
팔꿈치를 나는 느낍니다.
오직 나는 그대를 생각할 뿐
보지를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