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3일 수요일

裸木 -이은심-

흔들리지 않는 마음조차 흔들어
잎새 모두 떨구어낸 나무,
너를 사랑한다
찬 서리와 찬 바람의 새끼줄을
제 몸에 허리띠로 감은 나목,
너를 사랑한다
나락의 계절이자 수확의 시기인
가을숲을 향해
외로움의 뜨락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형식의 둥지에서 뛰쳐나온 새는
가슴이 명하는 대로 헤메다가
오늘은 쑥대머리 억새밭 위를 날은다
실락의 숙명을 받아들이는
황무의 비명의 언저리에서
더이상 고독의 향기를 뿜어낼 수 없는 우리는
내면의 손바닥의 지도를 따라
어디론가 걸어가는 데
그 곳에서 참된 잎새와 거짓된 잎새를
구별하는 법을 채 익히지 못하고
스스로 나뭇가지를 심하게 흔들어
마지막 잎새를 몸에서 떨구는 나무,
한 그루 나목이 토해내는
겨울 바다의 울부짖음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