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다 떨어진 감나무 가지에
잘 익은 달이 열렸다
어디서 본 듯도 하긴 한데
맞아, 벗은 몸이 부끄러워
붉게 물든 당신의 빰을 닮았다
서리 까마귀 한 마리 날아와 앉아
보름달을 앞에 두고
사랑한다고 연신 지저귀는 것이
흑심을 품은 나를 꼭 닮았다
귀 기울이고 들어보니
까마귀 입속으로 홍시 사라지고
달과 새의 합창에
천장까지 둥실 떠오르는 듯 감미롭다
달 속으로 까마귀 들어갔으니
내가 당신을 품었다
천국에서나 들었을 법한
이중창의 조화로운 노래 가락
당신이 먼저 앞 소절을 부르면서
환한 달로 이 세상 비추신다면
내가 뒤를 이어 좇아가면서
검은 새 되어 날아오르리
비명 지르던 계곡의 폭포가
절정으로 하얗게 얼어붙는 것 봐라
온몸 떨던 사시나무가
극치로 흰꽃 피어나는 것 봐라
당신과 내가 함께 부르는 노래가
우주와 딱 맞아 떨어지는
절창의 합창 아닐까